[파워인터뷰] 안치환 '내 안의 얘기를 하고 싶었다'
[스포츠서울 2007-04-15 19:22]    
가수 안치환(41)이 대중음악분야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각별하다. 흔한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를 담은 세속적인 유행가가 대부분인 이 분야에서 안치환은 통일을 노래하고 부조리한 사회에 쓴소리를 내뱉는다. 물론 ‘내가 만일’. ‘우리가 어느 별에서’ 처럼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서정적인 곡들도 있지만 이런 곡들 역시 유행가로 치부하기에는 거부할 수 없는‘힘’이 실려있다. 그의 노래힘은 ‘Blowing in the wind’로 베트남전의 허황된 실상을 알렸던 밥 딜런. 존 바에즈의 목소리처럼 강렬한 메시지로 전이돼 팬들과 소통했다. 2004년 발매된 8집 ‘외침’은 그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평화를 위협하는 외부적인 요인’과 맞물려 더욱 강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로 표현됐다. ‘개새끼들’. ‘총알받이’. ‘피묻은 운동화’ 등 수록곡의 면면을 살펴봐도 그렇다.

이 음반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에게 정규음반으로는 약 3년만에 발표된 9집앨범은 약간 낯설게 여겨질 수도 있다. 저항과 비판의 색깔은 옅어지고 대신 서정성이 더 부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시작(처음처럼). 지독한 사랑(담쟁이).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아내에게. 굿나잇). 자아성찰(내 안의 나)의 얘기들이 담겨있다. 8집 앨범을 발표할 때와는 달리 그의 생각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한 것일까? 봄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쬐는 4월의 오후. 서울 연희동에 있는 스튜디오 ‘참꽃’을 찾아 그와 새 앨범과 음악에 대한 여러가지 얘기를 나눴다.

◆내 안의 얘기를 하고 싶었다!

8집때보다 색깔이 많이 누그러진 것 같다는 물음에 안치환은 “그래도 아직 다른 대중가요들에 비해서 메시지는 담겨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라며 ‘변화’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첫트랙인 ‘처음처럼’은 성공회대 신영복 석좌교수의 글에 안치환이 곡을 만들었다. 삶과 노래를 향한 그의 다짐인 동시에 산다는 것이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작임을 알리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1990년 무렵 신 교수님으로부터 이 곡의 글귀를 받았고 표구를 해서 보관해왔다”는 그는 “글귀를 바라보면서 곡을 미리 만들어뒀는데 그동안 발표한 앨범과는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아 놔뒀다가 이제야 수록하게 됐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이경임 시인의 시를 노래한 ‘담쟁이’는 그의 대표곡들처럼 대중들에게 ‘중독성’있는 노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노래가 가진 힘이 굉장히 큰데 이런 점이 팬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접 노랫말을 쓴 ‘아내에게’와 ‘굿나잇’은 아내와 자식들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다. 올해로 결혼 16주년을 맞이한 그는 ‘아내에게’에 대해 “이 맘때쯤 힘들어하는 아내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곡”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아내와 주변의 반응을 걱정하기는 했다고 한다. ‘안치환이라는 가수가 이런 노래도 부르냐’라는 반응이 나올까봐서다. 그는 “다행히 노래를 들은 아내도. 주변사람들도 ‘좋다’. ‘괜찮다’고 하더라”며 약간 멋쩍게 웃었다. ‘굿나잇’은 술에 얼큰히 취한 어느날 밤. 곤히 잠든 아이들의 이불을 덮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 느낀 점을 노래로 만들었다. “부모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자라서 수많은 고난과 부딪쳐도 이겨낼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런 느낌을 곡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남과 북이 만난 자리에서 이 곡이 불리웠으면!

서정성이 많이 부각된 9집앨범이지만 역시 ‘통일’에 대한 메시지는 빠지지 않았다. 고은 시인의 글을 노래한 ‘혼자서 가는 길 아니라네(원제 동행)’가 그 곡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때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북한에 다녀온 고은 선생님께 ‘북한에 다녀오신 느낌을 시로 써달라’고 부탁드렸더니 6개월만에 글을 보내주셨다”는 배경을 들려줬다. 그는 “남측과 북측의 노래에 대한 간극을 좀 좁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우리가 북한의 노래를 들으면 가사나 발성이 천편일률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북측 역시 우리의 노래에 대해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빠른 템포와 비교적 느리게 읊조린 창법을 통해 북한 노래와의 이질감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한 그는 “남과 북이 만남을 갖는 자리에서 이 곡이 불리웠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저항과 비판은 내 몫!

가요를 거의 듣지 않는 편이지만 외국의 록그룹 등 주류에 있는 음악은 즐겨 듣는다. “힙합. R&B 등은 물론 안 듣지만 록 같은 음악은 많이 듣는다. 내 음악을 발전시키고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그런 음악도 들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3000여곡과 6000여곡이 저장되는 MP3 2개를 갖고 있다는 부연설명도 덧붙였다. 대중가수이기에 앞서 ‘저항가수’. ‘사회비판적 음악인’이라는 인식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지도 물어봤다. 그는 “어차피 내가 해왔고 앞으로도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부담감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상호기자 sangho94@

<내 손안의 뉴스 스포츠서울닷컴 뉴스 알리미 557 + NATE/MagicN>